Dilettante/Book

피터 한트케 시 몇편..

포긴 2012. 3. 28. 16:44

관객모독 본 기념으루 한트케의 시 몇편을 올려본다..
왜 이런시가 좋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난 이런게 낭만시보담은 천만배는 더 좋다..

거꾸로 된 세상 (Die verkehrte Welt)

잠이 들면서 나는 깨어난다.

나는 사물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데 사물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내 발밑의 바닥이 나를 움직이게한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거울 속에서 내가 나를 본다.

나는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단어가 나를 내뱉는다.

나는 창가로 가서 열리어진다.


경악

전화 걸 때 목덜미에 찬바람이 느껴지는데

갑자기 내 뒤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러면 나는 놀란다;

욕실에서 샤워 아래에서 갑자기 내 뒤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놀란다:

- 놀란다:

나무그릇이 돌바닥에 떨어지면

트럼프가 전부 다 상자에 들어가면

계단 조심이라는 표지판 뒤에 계단이 나타나면:

각오를 한 일에 대해 놀란다, 그리고 각오를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놀란다, 그리고 다른 일에 대해 놀라기로 각오를 했었기 때문에 각오를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놀란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놀라기로 각오를 했기 때문에 아무 일에 대해서도 놀라지 않는다:

- 놀란다: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으면 놀란다

공이 트럭에 깔리지 않으면 놀란다

손잡이가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때 놀란다

내려오는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들어갔을 때 놀란다

- 광고지가 끼어있지 않은 신문에

얼굴의 벤 자국이 머리카락으로 밝혀질 때 놀란다

얼음판에서 넘어지지 않을 때 놀란다

새 구두가 조이지 않을 때 놀란다

낯선 문이 잠겨져 있지 않을 때 놀란다:

놀란다: 누가 쳤는데 내가 아니라 남이 맞았을 때

기차에 뛰어 올랐는데 떨어지지 않았을 때

옆 사람을 제복 입은 사람이 부르고 그냥 지나칠 때

- 우물 안으로 던진 돌이 바닥에 떨어질 때 놀란다

광견병에 걸린 개가 우리 안에 갇혀 격리되어 있을 때 놀란다

말아 놓은 종이가 스르르 다시 펴질 때 놀란다

파리를 손으로 잡았을 때 놀란다

맨발인데 어둠 속에서 못을 하나도 밟지 않았을 때 놀란다:

- 얼마나 놀라운가! :

외투자락이 닫히는 문에 끼이지 않았다!

똑바로 세운 담배개피가 쓰러지지 않는다!

군밤이 불에서도 튀지 않는다!

곡식 밭을 아무도 짓밟지 않았다!

말(馬)의 눈에 파리가 앉지 않았다!

다리가 무너지지 않았다!

지하실에 아직도 쥐약을 놓지 않았다!

얼마나 놀라운지 모른다!

- 어떤 경악?

엄습하지 않은 경악, 그리고 아직 엄습한 적이 없는 경악, 그리고 엄습했으며 다시 엄습할 경악, 그리고 여기에서 엄습하지 않은 경악, 그리고 지금 엄습할 수 없는 경악, 그리고 엄습이 우려되는 경악, 그리고 단지 상상만이 가능한 경악,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경악, 그리고 경악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경악, 그리고 이상 더 놀랄 수 없는 경악에 대한 경악:

- 자동 폭발 장치를 해 놓지 않은 모든 대지(垈地)에 대한 경악:

<차가 아직 이 경계석을 들이받지 않았다!>

<이 플래카드가 아직도 찢어지지 않았다!>

<이 보석상 유리가 아직도 부서지지 않았다!>

<이 자동차가 아직도 뒤집히지 않았다!>

<이 포석이 아직도 파헤쳐지지 않았다!>

<이 경계선이 아직도 지뢰폭발하지 않았다!>

<이 머리에 아직도 나일론 스타킹이 씌워지지 않았다!>

<이 전화부스가 아직도 불타지 않았다!>

<이 폭발에 아무도 공중으로 날아간 사람이 없다!>

<이렇게 호각을 부는데 경찰차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우표 자판기에서 아직도 우표가 나온다!>

<이 다이빙 선수한테 아직도 물거품이 남아있다!>

얼마나 놀라운가 !

얼마나 놀라운가!-

- 놀란다:

아직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모든 명품들에 대해서

아직도 강도가 들지 않은 모든 은행에 대해서

아직껏 점선이 생기지 않은 모든 사진에 대해서

아직도 상(喪)을 당해 닫힌 적 없는 모든 상점에 대해서

겨드랑이에 앉아 물지 않는 모든 모기에 대해서

아직도 무너지지 않은 모든 지하도에 대해서

싹 쓸어 담고 트럭에 오른 모든 약탈자들에 대해서

모든 너무 빠른, 너무 늦은 경악에 대해서 놀란다:

- <얼마나 무서우냐 - 이 버섯은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다!>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이냐 - 이 단어는 상처를 주지 않는다!>

<얼마나 끔찍하냐 - 이 풍선은 터지지 않는다!>

<얼마나 경악할 일이냐 - 이 풀은 독이 없다!>-

- 목마른 사람이 아직도 물병이 비지 않은 것을 본다;

길 잃은 사람이 계속 확고한 걸음을 걷고 있다;

공격을 당한 사람이 아직 공격자가 주먹을 쥐지 않은 것을 본다-

- 이 일이 얼마나 놀라우냐!

- 이 일이 얼마나 놀라우냐!

- 놀란다:

모든 텅 빈 덫에 대해서

모든 텅 빈 경기장에 대해서

모든 텅 빈 나무 밑 덤불에 대해서 -

-지도에 표시된대로 실제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장소에 대해서-

놀란다

놀란다

놀란다:

<이> - 아 안돼!

<저> - 아 안돼!

<그> - 아 안돼!

-놀라는 것에 대해 놀란다

놀라지 않는 것에 대해 놀란다

즐거운 것에 대해 놀란다

놀라는 것에 대해 즐거워한다:

-<이 추첨용 구슬이 유리상자에 떨어진다!>

<얼음 속의 이 구멍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옥수수 밭에는 아무도 숨어 있지 않다!>

<이 사막은 일종의 신기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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