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Book

리타 페르스위르's 피카소는 미쳤다!

포긴 2012. 3. 28. 16:32

 

리타 페르스휘르

리타 페르스휘르는 193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곳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또한 '삐삐' 시리즈와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소설을 번역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1993년 자전적 소설 <피카소는 미쳤다>를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이 작품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황금부엉이 상'을 수상했으며, 역시 자전적인 세 번째 소설 <낯선 땅>으로 '니엔커 반 히흐툼 상'과 '은빛 흐리펄 상'을 받았다.


네덜란드가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지 2년 후, 암스테르담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해방 후 2년 동안의 평화'라는 주제로 미술대회가 열렸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던 리타는 전쟁 후 가난한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 모습과 함께 평화를 환호하듯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아빠의 '만세 발가락'을 그려 넣는다. 그림 그리는 데도 소시지나 야채수프를 만드는 것처럼 비법이 있는 것인지, 그림을 그려서 상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림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서명'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그려진 그림의 주제는 무엇인지, 가짜 그림과 진짜 그림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지 등등, 호기심 많고 생각이 깊은 리타는 학교에 자신의 그림을 제출하고 난 후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이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다. 파스텔 톤의 삽화가 참 예쁘다.

[리브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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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녀 리타는 처음부터 내내 어떤 그림이 잘그린 그림일지 철저히 소녀의 관점에서 분석한다..그 솔직하고 순수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룰란트는 잠수함을 그렸다고 했다.
"그리기 어려웠을 것 같다" 내가 말했다.
"아니, 하나도 안 어려워" 룰란트가 말했다.
아르얀이 우리의 곁으로 다가와 자기 생각도 어려웠을 것 샅다고 했다. 룰란트는 분필을 들고 칠판으로 가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곡선을 하나를 그려 놓고, 그 곡선위로 튜브가 나와 있는 것을 그렸다.
"이게 끝이야." 룰란트가 말했다.
"세상에!" 아르얀과 내가 동시에 말했다.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룰란트가 말했다. "어차피 그것은 보이지 않아."
"난 잠수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그래서 네 그림이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돼 다른 것들도 다 그런 식으로 그릴 수 있잖아."
"잠수함은 특히 이런 식으로 그려야 해." 룰란트가 말햇다.

룰란트가 그린 그림은 볼 것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것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종이위에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그리면, 사람들은 그 많은 것들을 머리속에 다 담아두지 못하고, 밤중에 눈을 뜨면 그것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게 될 것이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난 복잡한 그림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룰란트가 그린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튜브 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하다.
잠수함.
정말 잘 지어진 이름 같다. 특히 잠수함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해저탐험.
해저탱크.
수중발전소.
수중카메라.
그빡에도 연상되는 말들이 수없이 많다.
룰란트의 그림 속에 나오는 튜브를 밑에서 보면 밤새도록 수많은 그림이 그려진다.



어떻게 죽은 새 옆에 있는 소녀의 조각상은 형편없는 졸작이라고 하고, 물고기 모자를 쓴 여자의 그림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미술관에 버젓이 걸어 두고, 할아버지의 집을 지나갈 때 혹시 조각상을 살 수 없겠느냐고 묻지도 않은 채 지나칠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고, 할아버지가 만든 조각상들은 길에서도 잘 보인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난 전시회를 열어 할아버지의 조각상을 공개하고, 피카소의 그림은 집에나 걸어 두게 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런 이상한 그림은 피카소의 아내도 하루 종일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차고에 갖다 두던가 다락방에 넣어요!"
피카소의 아내는 그의 그림들이 집안 어딘가에 있는 것보다는 미술관에 걸려있는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조각상들을 집에서 다 갖고 나가 버리면 할머니는 그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날마다 쳐다보고, 먼지를 닦아줄 물건이 하나도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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